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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독서감상문

by 에리즈 2025.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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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작별하지 않는다》는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한강의 장편소설입니다. 한강은 섬세한 문체와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작품들로 국내외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대표작으로는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흰》 등이 있으며, 특히 《채식주의자》로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2021년에 발표된 소설로, 제주 4·3 사건을 배경으로 개인의 기억과 역사의 슬픔, 그리고 이별할 수 없는 존재들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냈습니다.

목차
《작별하지 않는다》는 총 5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부는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주인공 ‘경하’와 ‘인선’의 시점에서 제주 4·3의 비극을 되짚습니다.

제1부: 그날의 부서진 기억

제2부: 사라진 사람들, 남은 사람들

제3부: 무명무덤과 불완전한 진실

제4부: 끝나지 않는 작별

제5부: 작별하지 않는 마음

이 소설은 단순한 사건 재현이 아니라, 개인의 상처와 사회적 기억을 섬세하게 엮어내며 우리에게 잊지 말아야 할 역사를 되새기게 합니다.

줄거리
《작별하지 않는다》는 주인공 경하가 병원에서 친구 인선의 병간호를 하면서 시작됩니다. 인선은 자신의 어머니와 가족, 그리고 제주 4·3 사건으로 인해 사라진 사람들의 기억을 품고 살아온 인물입니다. 경하는 그런 인선을 통해 제주에서 있었던 국가폭력과 집단학살의 진실을 천천히 알아가게 됩니다.

이 소설은 인선의 어머니와 가족들의 과거를 추적하는 과정을 중심으로, 제주 섬에 묻힌 이름 없는 무덤들과 그 안에 잠든 사람들의 존재를 조용하고도 고요하게 비추어줍니다. 인선은 병상에 누워 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그 ‘이름도 없이 죽은 사람들’을 마음으로 떠나보내지 못합니다.

경하는 인선을 대신해 제주를 방문하고, 4·3의 흔적을 찾으며 여전히 남아 있는 아픔과 마주합니다. 소설의 제목처럼, 인선과 경하는 이 세상에서 떠난 사람들을 결코 ‘작별하지 않는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기억하고 품어주는 일이 살아 있는 이들의 몫임을 깨닫습니다.

느낀 점
《작별하지 않는다》는 역사적 비극을 다루면서도, 한강 특유의 아름답고 절제된 문장으로 기억과 애도의 의미를 깊게 생각하게 해준 작품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목이 왜 이렇게 슬프고도 아름답게 느껴지는지, 곱씹을수록 더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제주 4·3 사건은 실제로도 오랜 시간 동안 침묵 속에 묻혀왔던 아픈 역사입니다. 사람들은 죽었지만, 누군가는 그들의 이름조차 불러주지 않았고, 무덤조차 찾지 못한 채 세월이 흘렀습니다. 소설 속 인선은 바로 그런 역사의 증인을 대신해 살아 있는 사람이고, 경하는 그 상처를 나누는 또 다른 사람입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기억한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모든 고통은 잊힌다고들 하지만, 이 소설은 그 반대를 말해줍니다. 이별은 끝이 아니라, 살아 있는 이들이 계속해서 기억하고 마음에 품는 방식으로 계속된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소설을 읽으면서, 이름 없는 무덤들 속에 잠든 사람들의 목소리를 상상해보았습니다. 누군가 그들의 존재를 기억해주기를, 작별하지 않기를 바라는 절실한 목소리였을 것입니다. 우리는 때때로 ‘망각’ 속에 편안함을 찾으려 하지만, 진정한 평화는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지켜보고 마음에 품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슬프지만 꼭 필요한 이야기였습니다. 우리 모두 언젠가는 누군가와 작별하게 되지만, 이 책은 이별을 끝이 아닌 기억과 사랑의 또 다른 형태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삶은 단순히 살고, 죽고, 잊는 과정이 아니라, 기억하고 연결되는 과정임을 깊이 느꼈습니다.

한강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섬세한 언어로 무거운 주제를 가슴 아프지만 아름답게 풀어냈습니다. 책을 덮고 난 뒤에도 오랫동안 마음에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입니다. 이 소설을 읽으며,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 세상에서 사라진 모든 이름 없는 존재들을 잊지 않고 ‘작별하지 않는 마음’ 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다짐을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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