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소년이 온다』 독서 감상문: 기억과 상처, 그리고 인간의 존엄

에리즈 2025. 3. 12.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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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사람을 죽였느냐.”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그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과 희생된 영혼들의 목소리를 담아낸 작품이다. 이 소설은 단순한 역사적 재현을 넘어, 인간이 겪는 상처와 기억, 그리고 존엄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저자 소개

《소년이 온다》는 한국의 작가 한강이 2014년에 발표한 장편소설입니다. 한강은 섬세한 감정 묘사와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담은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대표작으로는 《채식주의자》, 《흰》, 《소년이 온다》 등이 있습니다. 특히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한 소설로, 한강 특유의 시적인 문체와 무거운 주제가 어우러져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한강은 이 작품을 통해 역사적 비극 속 개인의 고통, 그리고 인간의 존엄과 연대에 대한 깊은 사유를 담아냈습니다.

목차

《소년이 온다》는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은 광주항쟁을 겪은 사람들의 시점으로 펼쳐집니다.

1장 : 소년이 온다

2장 : 너는 누구냐

3장 : 열흘

4장 : 밤의 궤적

5장 : 꽃 핀 쪽으로

6장 : 눈 먼 자들의 국가

각 장은 서로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로 이루어지며, 같은 사건을 다양한 시선에서 반복적으로 비추는 구조를 통해 광주의 비극이 더욱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줄거리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 운동이라는 비극적 사건을 배경으로, 열다섯 살 소년 ‘동호’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동호는 계엄군의 총칼 아래 피 흘리는 시민들을 목격하고, 그 속에서 죽음과 마주합니다. 그는 시민군의 시신을 돌보고, 죽은 이들의 이름을 기록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책임을 다하려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광주의 상황은 점점 더 참혹해지고, 결국 동호 역시 군부의 폭력에 희생됩니다. 이후 소설은 동호의 친구, 선생님, 그리고 동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로 이어집니다. 이들은 모두 광주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로, 트라우마와 죄책감, 슬픔을 안고 각자의 삶을 버텨갑니다.

특히, 동호와 가까웠던 친구 ‘정대’의 시점, 그를 가르쳤던 선생님 ‘광수’, 그리고 동호의 죽음을 지켜본 이름 없는 시민들의 고통스러운 증언을 통해, 한강은 사건의 잔혹함뿐 아니라 살아남은 이들의 죄책감과 슬픔을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마지막 장에서는 광주의 학살을 덮으려 했던 국가 권력의 침묵과 왜곡, 그리고 그것을 기억하는 개인들의 힘겨운 투쟁이 덤덤하면서도 절절하게 펼쳐집니다.

느낀 점

《소년이 온다》는 책장을 넘길 때마다 마음이 무겁고 숨이 막힐 정도로 강렬한 슬픔을 안겨주는 작품입니다. 역사책에서 단순한 숫자로만 접했던 ‘광주 5·18’이, 이 소설을 통해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과 얼굴, 목소리를 갖춘 생생한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특히 동호라는 소년은, 비극의 한복판에서 너무나 순수하고 여린 존재였습니다. 어린 나이에 죽음을 마주한 소년의 시선은, 인간이 인간에게 얼마나 무자비할 수 있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동호는 끝까지 사람들을 지키고자 했지만 결국 목숨을 잃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그 죽음 앞에서 죄책감과 슬픔으로 고통받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기억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실히 느꼈습니다. 한강은 누군가의 고통과 죽음을 잊지 않기 위해, 그리고 그 참상을 묻으려는 힘에 저항하기 위해 이 소설을 썼습니다. 소년은 죽었지만, 그 소년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고통과 목소리는 살아남아 역사의 한 페이지를 붙잡고 있습니다.

또한, 이 소설은 단순히 광주의 비극만을 다루지 않습니다. 인간 존엄성과 생명, 폭력의 부당함, 국가 권력의 잔혹함, 그리고 진실을 외면하는 사회의 냉혹함까지, 우리 사회가 반복적으로 맞닥뜨리는 질문을 던집니다. 살아남은 이들의 상처와 죄책감, 그리고 증언하는 용기는, ‘기억하는 자’로서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책임임을 일깨워줍니다.

《소년이 온다》는 한 편의 소설을 넘어, 시대의 상처를 마주하는 경험을 선사합니다. 잔혹함을 직접 묘사하면서도 시적인 문체로 표현된 한강의 글은, 독자로 하여금 슬픔과 공포, 그리고 연민을 오롯이 느끼게 합니다.

책을 덮은 후에도 한동안 그 여운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동호처럼 평범한 한 사람의 목숨이 얼마나 소중하고, 그 죽음이 단순한 역사적 사건으로만 기억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증언하고 기억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이 소설을 통해 역사를 잊지 않고, 또 다른 소년이 비극 속에서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새롭게 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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